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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 지옥’에 갇힌 부모, 자가격리에도 ‘발달장애인 자녀’ 돌본다-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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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224회 작성일 20-12-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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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위, 발달장애인 가족 1174명 설문조사
        정부, 긴급 대책 도입했지만 홍보 부족해 유명무실
        잇따른 복지시설 휴관으로 “활동지원서비스만이 최후의 보루”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족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창문 밖으로 추락해 사망한 발달장애인을 추모하며 지난 10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인물 이미지가 담긴 영정사진을 들고 서 있다. 인물 이미지는 까만색으로 칠해져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현수막에는 '이름 없이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추모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가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족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창문 밖으로 추락해 사망한 발달장애인을 추모하며 지난 10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인물 이미지가 담긴 영정사진을 들고 서 있다. 인물 이미지는 까만색으로 칠해져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현수막에는 '이름 없이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추모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가연

        코로나19 장기화로 발달장애인의 가족이 겪는 돌봄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음이 또다시 확인됐다.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가격리 돼도 자녀를 돌봐야 했고, 자녀 돌봄을 위해 때론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발달장애인 지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하게 도입된 주요 정책은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부모 3명 중 2명은 정책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가족의 약 90%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이용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발달장애인 가족이 일상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활동지원서비스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인권위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의뢰해 실시됐으며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혹은 가족 1174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중 학령기(만 6세~만 17세)가 51.5%(600명), 만 18세 이상 성인기가 47%(552명)로 각각 절반을 차지했으며, 영유아기(만 5세 이하)는 1.9%(22명) 참여했다.

        - 돌봄 부담 고스란히 가족에게…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돼야

        발달장애인 부모는 완전하게 격리돼야 하는 방역지침을 지키지 못하고 자녀를 돌봐야 했다. 부모가 자가격리 된 사례는 총 6건이 있었는데, 이 중 3명은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자녀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2명은 가족 외 다른 지인 등 개인적 관계를 동원해 자녀를 돌봤다. 나머지 1명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혼자 방치해야 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20.5%인 241명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뒀다. 이 중 어머니가 그만둔 경우가 약 8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권위는 “돌봄 부담 가중으로 부모가 생업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돌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긴급하게 정책을 내놨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없었다. 홍보가 부족해 정책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긴급활동지원 급여 제공, 보호자 일시부재 특별급여, 유급 가족돌봄휴가 등 긴급 정책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66.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보호자 일시부재 특별급여’의 경우 등교가 중단돼 집에 머물게 된 장애학생에게 추가로 제공된 활동지원서비스다. 그러나 활동지원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용대상이 제한적이다. 실제 이번 조사 응답자 600명 중 392명(65.3%)만이 이용 가능했는데, 절반이 넘는 208명(53.1%)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홍보 부족으로 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몰라서’라는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았다.

        등교가 중단된 이후 일부 학교에선 긴급돌봄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응답자의 60.3%는 ‘학교가 긴급돌봄서비스를 아예 제공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긴급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 학교에 다녀도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상당수(55.9%)였는데, △감염 우려(29.35%) △장애학생 지원인력 부족(21.1%) △통학차량 지원 불가(14.3%) 등의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의 복지기관이 대책 없이 장기간 휴관한 것도 ‘가족의 발달장애인 돌봄 가중’에 한몫했다. 18세 미만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로 이용률이 80%에 달하는 발달재활서비스의 경우, 제공기관이 문을 닫아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62.4%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성인 발달장애인 역시 직업재활서비스와 주간활동서비스 기관이 각각 85.7%, 75.2% 휴관하면서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장애인복지관도 95%가량 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활동지원서비스는 발달장애인 자녀와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적 복지서비스이자 ‘최후의 보루’였다. 실제 평소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 중 약 90%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10.6%(81명)만이 이용을 중단했는데, 주된 이유는 ‘감염이 우려돼서’(77.8%)였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인권위는 “인적 서비스와 기관‧시설을 통한 지원 형태로 이루어지는 현행 발달장애인 복지 서비스 제공 방식이 코로나19 대감염 상황에서 적절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에서 활동지원서비스조차 없다면 발달장애인 가족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수 있다. 부모가 생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활동지원서비스는 필수적이다”라며 “감염 우려를 불식하고 더 많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