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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 "장애는 있으나 장애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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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1,118회 작성일 15-11-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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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 "장애는 있으나 장애인은 아니다"?트위터페이스북 장애인단체, 국민연금공단의 '등급 외' 판정 사례 인권위에 진정2015.10.22 15:39 입력 | 2015.10.22 17:19 수정

        병원에서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은 한 20대 남성이 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찾았으나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장애는 있지만 장애인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판정이 나온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은 이에 항의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가 자폐성 장애가 있는 20대 남성에게 '등급 외' 판정을 내린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에 반발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25세인 손동선 씨는 성인이 된 이후로도 집에서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손 씨가 취업하기 위해서는 직업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직업 훈련은 장애등급이 나온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이에 손 씨는 2014년 12월 26일 한 정신과의원에서 ‘자폐성 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이 진단서를 가지고 장애인 등록을 하려 하자, 국민연금공단은 '등급 외', 즉 장애인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손 씨 가족은 이의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2015년 다시 한 번 병원에서 장애진단을 받은 손 씨는 새로운 진단서로 다시 이의신청을 했으나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손 씨 자신도, 가족과 주변인들도, 심지어 병원에서까지 인정한 그의 장애는 국민연금공단에서만 '없는 것'이 되었다. 그 결과 손 씨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손 씨 한 명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등급 외' 판정이 나온 건수가 전체 장애등급심사 중 16.7%에 해당하는 17만 621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장애등급심사가 이관되기 이전인 2010년 복지부가 16만 3944건의 장애등급심사를 진행해 7996건(4.9%)의 '등급 외' 판정을 내린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심사에 의해 부당한 처분을 받은 손 씨를 구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 씨의 어머니 김광희 씨는 "부모가 없더라도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살아갈 길을 국가가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능지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급제부터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하셨으니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국민연금공단은 바로 얼마 전에도 지능 검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언어 및 숫자 인지 능력이 없는 발달장애인의 장애 등급 신청에 대해 '검사 결과를 고려하여 등급 외 판정을 한다'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며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윤 회장은 "지능이 높더라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사회성 부족으로 인해 많은 지원이 필요한 발달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행 장애등급제는 발달장애인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심사 유형 비율을 보면, 대면심사가 아닌 서면심사가 90%"라며 "장애인 당사자가 사회에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등급 외' 판정을 내리지 않도록 대면심사가 확대되고, 나아가 등급제가 아닌 개별 서비스 중심의 사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향후 손 씨 사례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대응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씨가 한 정신과의원에서 받은 '자폐성 장애 2급'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진단서.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