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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 보장한 자립생활 권리, 첫 걸음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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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1,126회 작성일 11-01-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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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 보장한 자립생활 권리, 첫 걸음 떼다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 거부한 양천구청장 1심 패소
        재판부, "주거지원시설 현황조차 파악 안 한 것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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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12월 16일 황인현 씨 등 3명의 중증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이 규정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 신청권에 근거해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하려는 중증장애인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8일 황인현(뇌병변장애 1급) 씨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애인생활시설인 ‘향유의 집’(옛 석암재단 베데스다요양원, 양천구청 관할)에서 생활하는 황 씨는 지난 2009년 12월 16일 양천구청에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는 취지로 주거지원, 생활비지원, 활동보조지원, 의료·재활지원, 취업지원, 복지서비스에 관한 정보제공을 신청하는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양천구청에 냈다.

        양천구청은 2010년 5월 26일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처리결과 회신’(아래 회신)을 황 씨에게 보냈다. 황 씨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바 부양의무자인 황 씨의 아버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황 씨는 수급자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실비입소자에 해당해 서울시 및 정부의 무료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황 씨는 2010년 7월 9일 회신이 사회복지사업법이 규정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라고 보고 이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천구청은 “원고가 향유의 집에 자의로 입소한 자이므로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을 할 신청권이 없고, 이 사건 회신은 원고의 신청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가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 안내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면서 “설령 이 사건 회신이 ‘처분 등’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원고는 향유의 집에 자의로 입소한 자이므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 대해 △사회복지사업법에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라는 요건 외에 별도의 요건이 없으므로 황 씨에는 신청권이 있다는 점 △회신이 황 씨의 주거지원 등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므로 거부처분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황 씨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게 되므로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양천구청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양천구청장이 황 씨에게 보낸 회신이 “복지요구조사 미비라는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실체적 하자 여부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라면서 양천구청장이 황 씨에게 한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황 씨의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에 대해 양천구청장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급여신청 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임을 전제로 한 사회복지서비스신청으로 간주한 나머지 (중략) 직근상급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 관내는 물론이고 피고 관내에 있는 장애인 주거지원서비스에 대하여도 원고의 이용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양천구청 관내 현재 11개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서울특별시 주관의 장애인자립생활체험홈사업을 위한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으며, 모두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를 입소자격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 △서울시에서 체험홈 뿐만 아니라 자립생활가정 등 장애인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회신이 "원고에게 제공할 수 있는 주거지원시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은 보호 여부 결정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형량 요소를 누락한 것이므로 형량의 흠결로써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회신은 실체적으로 보아도 위법을 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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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현 씨의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서.

        이번 판결에 대해 황인현 씨는 “나보다 먼저 음성군수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들어갔던 윤국진, 박현 씨가 패소해 나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승소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황 씨는 “남은 재판에서 이겨 밖으로 나온다고 해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어 막막하다”하면서 “앞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좋겠고,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나처럼 시설에서 똑같이 사는 친구들이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탈시설정책위원회 박숙경 활동가는 “지난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돼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임이 명문으로 규정되었지만, 8년이 지나도록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이번 판결은 자립생활을 포함한 사회복지서비스를 권리로써 말할 수 있는 공적 체계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활동가는 “앞으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운동을 전개해 복지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임을 인식시키고 토론회를 열어 그 의미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