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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병 학생 울리는 특수교육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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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서은경 조회2,087회 작성일 10-01-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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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병 학생 더 울리는 ''특수교육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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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 난치병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윤모군이 울산 자택 자신의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윤군은“다른 애들보다 건강 하지 못한 대신 더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는데, 원하는 대학에 못가게 되니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모야모야병 같은 희귀질환 장애인 등록 대상서 제외

        ''몸 상태'' 심각하지만 일반학생과 똑같이 경쟁

        "장애 등급만 따지지말고 개개인 상황 고려해야"


        지난 8일 울산광역시 집에서 기자를 맞이한 고3 유모(18)군은 막 자다 일어난 듯 푸석한 모습이었다. 180㎝가 넘는 장신(長身)이 걸을 때마다 조금 휘청거렸다.

        겉으론 여느 남학생과 다를 바 없는 유군은 유아 시절부터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아 왔다. 뇌로 가는 혈관이 점차 막히는 병으로 유군은 뇌뿐 아니라 신장에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 심각한 상태다. 유군은 10년째 하루 3번 혈압약을 먹고, 매달 수차례씩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도 유군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고2 땐 모의고사 성적이 전국 3~4% 내에 들 정도로 우수했다. 응급실에 실려가면서까지 ''악바리''처럼 공부한 결과다.

        "어릴 때부터 서울대병원 다니면서 봤는데, 정문에 기부자들 이름이 새겨 있었어요. 저도 원하는 대학에 가서 경영자로 성공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진짜 죽을 힘을 다해 공부했는데…."

        그러나 유군의 상태는 고3 때 급격히 악화됐다. 학교에 거의 가지 못해 수능 성적도 평소보다 떨어졌다. 결국 언어·외국어·탐구영역은 2등급, 수리영역은 4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유군을 더 절망에 빠뜨린 것은 각 대학이 운영하는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이었다. 대학들이 모두 ''장애인 등급''을 지원 자격으로 요구해 장애인 등급이 없는 유군은 애초부터 지원이 불가능했다. 유군의 어머니 김모씨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아들이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1995년 장애인의 대학 입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은 지금까지 6058명의 장애인들에게 대학의 문을 열어줬다.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학은 첫해 8개에서 작년(2009학년도) 90개로 늘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원 대상 자격을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으로만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등급을 받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장애는 15개 유형으로 국한돼 있고,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기(臟器) 관련 질병이나 모야모야병 같은 희귀 난치병은 대부분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래서 몸 상태는 심각하지만 장애인 등록을 못한 유군 같은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에서 제외돼 온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온 김모(19)양 역시 비슷한 경우다. 신체적으로 힘든 상황을 견디며 공부를 했지만 장애 등급이 없어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에는 지원하지 못했다. 김양은 2009학년도 대학의 일반 전형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해 재수를 했다.

        근육 관련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A(18)군은 "같은 학교 친구 중에 손가락이 조금 구부러졌을 뿐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없는 아이는 장애 등급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문 대학에 지원하는 걸 보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학들이 장애인 등급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정책과 윤병철 사무관은 "장애인 등록인구를 무한정 늘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예산이 드는 문제라서 쉽지 않다"며 "대학 등 여러 기관들이 ''장애인 등급''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선진국처럼 각 기관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은 객관성 문제, 예산상의 이유로 개별 심사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연세대학교 입학처 김현정 팀장은 "객관적 기준이 없으면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연구교수는 "원칙적으로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심사해 판단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의 의지와 정부의 예산 뒷받침 등 여러 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사범대 오성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