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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읽어보는 진한 부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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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1,752회 작성일 09-03-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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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의 날에 다시 읽어보는 진한 부부이야기...  이 글을 읽는데는 다소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볼륨을 저음으로 하여 부부사랑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방걸레질하는 소리.......

        여 : 아! 발 좀 치워봐.

        (지금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그녀,
        아내...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만약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 역시 아내라고 대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 : 점심은 비빔밥 대강 해먹을라 그러는데, 괜찮지?
        남 : 또 양푼에 비벼먹자고?
        여 : 어,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집안 청소 다 했더니,
        힘들어 죽겠어.
        남 : 나 점심 약속 있어.
        여 : 그런 얘기 없었잖아.
        남 : .... 있었어. 깜박하고 말 안한거야. 중식이...
        중식이 만나기로 했잖아.
        여 : ...그래? 할 수 없지 뭐.

        (해외출장 가있는 친구 중식이를 팔아놓고, 중식이한테도 아내에게도
        약간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한가로운 일요일,
        난 아내와 집에서 이렇게라도 탈출하고 싶었다.)

        (나름대로 근사하게 차려입고 나가려는데,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서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펑퍼짐한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폼새다.)

        여 : (우물거리며) 언제 들어 올거야?
        남 : 몰라... 저녁도 먹고 들어올지...
        여 : 나 혼자 심심하잖아. 빨리 들어와.
        남 : 애들한테 전화해 보든가....
        여 : (물 한잔 마시고) 애들 뭐... 내가 전화하면 받아주기나 해?
        엄마 나 바쁘니까 끊어. 이 소리하기 바쁘지.
        남 : 친구들 만나든가 그럼!
        여 : 내가 일요일 날 만날 친구가 어딨어?


        * 밥 긁어서 먹는 소리.......

        (그렇다. 아내에게는 일요일에 만날 친구 하나 없다. 아이들 키우고
        내 뒷바라지하느라 그렇게 됐다는 게, 아내의 해묵은 레퍼토리다.
        그 얘기 나오기 전에 어서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한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끌어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 대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여 : (아픈 듯) 어디 갔다 이제 와?
        남 :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여 :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혔나봐.
        약 좀 사오라고 그렇게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남 :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여 : 손이라도 좀 따줘.
        남 : 그러게... 그렇게 먹어대더라니... 좀 천천히 못 먹냐?
        여 : 버릇이 돼서 그렇지 뭐... 맨날 집안일 하다 보면,
        그냥 대강 빨리 먹고 치우고... 이랬던 게...

        (어깨에서 손으로 피를 몰아서 손끝을 바늘로 땄다.
        아내의 어깨가 어느새 많이 말라 있었다.)
        (다음날, 회식이 있어, 또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그런데 아내가 또 소파에서 웅크린 자세로 엎드려 있다.)

        남 : 여보... 들어가서 자.
        여 : 여보... 나 배가 또 안 좋으네.
        남 : 체한 게 아직 안 내려갔나?
        여 : 그런가봐. 소화제 먹었는데도 계속 그래.
        남 : 손 이리 내봐.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남 :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여 : 어. 너무 답답해서...
        남 : (버럭)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