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에 대한 영화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영화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샤워(洗澡)’라는 중국영화인데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관객상, 산 세바스챤 국제 영화제 감독상,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ADF 촬영상, 극동영화제 관객상, 토론토 국제 영화제 비평가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한국에서는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중국 당국의 방해로 인해 상영되지 못했다가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상영되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샤워’는 급변하는 문명사회, 파괴되는 가족관계, 잊혀져가는 전통문화 등을
지적장애인 동생 얼밍과 신도시로 나가 살고 있는 형 다밍,
그리고 평생 목욕탕을 운영하며 살아온 아버지 이렇게 세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 얼밍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동생 얼밍이 형 다밍에게 엽서를 한 장 보내게 되는데
그 엽서를 아버지의 부고로 오해한 형이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허름한 목욕탕을 찾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노래하는 사람, 귀뚜라미 싸움판을 벌리는 사람,
잠자는 사람, 장기판을 벌리는 사람 등 한마디로 동네 놀이터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그 뿐만이 아니라 빚 때문에 쫓겨 다니는 사람, 부부싸움한 사람까지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는 그런 곳이다.
그 속에서 얼밍과 아버지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너무나 즐거워하고, 행복해 한다.
신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 표를 사러 가는 형을 따라 나선 얼밍은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버지는 동생 얼밍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형 다밍에게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을 드러낸다.
다행이 얼밍은 그 다음날 아침에 거지꼴로 집에 나타났지만
아버지는 얼밍에 대한 장래를 걱정스러워 한다

아버지의 걱정은 현실이 된다. .
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와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
아버지는 두 아들을 두고 목욕을 하다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
형은 동생 얼밍을 시설에 맡기려고 하는데 얼밍은 시설에서의 생활을 완강히 거부한다.
결국 얼밍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목욕탕으로 간 형은.
신도시에 사는 가족들에게 동생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고 .
함께 살 것을 제안하지만 가족의 반응은 싸늘하다. .
설상가상으로 그 지역이 재개발되어 동네 사람들 모두 이사를 가고, .
목욕탕도 철거하게 된다. 얼밍은 철거하는 사람들을 내쫓고 .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려 한다. .
영화는 이렇게 해서 막을 내린다

영화는 현재 지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 다시 말해서
지적장애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지적장애를 가진 모든 부모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떤 부모는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들과 자금을 모아서 시설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자녀명의로 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이지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부모가 죽고 난 다음 이들의 삶은 누가 보장해 줄 수 있는가? 국가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

영화에서 보듯이 지적장애인 왕밍의 생활은 매우 규칙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욕탕 문을 열고, 바닥 청소를 하고,
수건을 정리하고, 오시는 손님에게 안내도 하고, 저녁에는 아버지를 도와 목욕탕 내부를 청소하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아버지와 동네 한 바퀴 돈다.
매일 똑같은 생활이지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새로워하고, 즐거워한다.
이처럼 지적장애인의 생활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굳이 문제점을 지적을 하라고 한다면
적응속도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이것도 사람마다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고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정말 문제라고 본다면 급변하는 사회가 이들을 이해하기는커녕
강제적으로, 단시일 내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