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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푸른아을 장애어린이 사망사건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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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정다운 조회1,918회 작성일 08-05-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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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중독, 반궁긴장, 그리고 재호의 죽음 경주푸른마을 장애어린이 사망사건 취재기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5-28 10:27:03 ▲반궁긴장으로 죽어가는 환자. 이 그림은 19세기 영국 의사 찰스 벨이 그렸다. ⓒ찰스 벨 관련기사 - 재호는 왜 죽었을까? -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쳐요” 5월 6일자 에 시설 측이 촬영한 재호의 생전 모습이 등장한다. 몸은 바짝 말라 뼈만 앙상하고, 머리에는 자해 방지용 헤드기어를 쓴 재호가 소리를 지르면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경주푸른마을 문영자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러니까 병원에 입원을 시켰죠”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다. 얼핏 보기에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들은 재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취재기②’에서도 적었지만, 재호는 자폐증 어린이치고는 얌전한 편이었다. 이는 재호 부모님과 이웃 사람들, 그리고 경희학교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한 사실이다. 재호를 직접 돌보았던 한 생활지도원도 “재호가 밥도 혼자 잘 먹고 대소변도 스스로 가렸고, 가끔 잠을 잘 자지 않기는 했지만 자해가 심한 편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재호가 2007년 여름을 지나면서 갑자기 자해를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대체 재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재호가 하루에 알약 10개씩 먹었어요” 을 보면, 경주푸른마을 이 아무개 간호사는 재호의 감정기복이 심해지면 “할로페리돌을 0.75에서 1.5로 올렸다”고 말한다. 그게 무슨 약이냐고 묻자, 간호사는 “정신의약품인데, 자해하고 요런…”이라며 얼버무린다. 재호에게 매일 먹였다는 할로페리돌(일명 할돌), 이 약물은 1958년 얀센이 개발한 가장 초보적인 정신병 치료제이다. 할돌은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 주로 정신분열증 치료제로 쓰인다. 이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행동이 눈에 띄게 무뎌지고 온순해 진다. 그래서 정신분열증과 아무 관계도 없는 자폐인들에게 이 약을 먹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물론, 자폐증을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현대 의학으로 자폐증을 치료할 방법은 없다), 자폐인의 행동을 ‘통제’할 목적에서다. 하지만 할돌로 ‘도파민’ 분비를 억지로 차단하면 그 부작용으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육 경직, 진전(떨림), 정좌(定座)불능, 호흡곤란, 불면, 우울, 환각, 구갈, 발열 및 발한 따위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약 제조사인 명인제약은 어린이나 영양불량으로 신체가 피폐한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투여하라고 경고한다. 특히 ‘저용량으로 단기간 투여시에도’ 파킨슨병의 전형적 증상인 ‘불수의운동(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지가 떨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희학교 교사들과 생활지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재호는 쉴 새 없이 팔과 머리를 흔들고(불수의운동), 몸이 굳어지면서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근육 경직), 의자에 앉아 있지도 못해 바닥에 엎드려 있고(정좌불능), 밤새도록 잠을 자기 않고(불면), 한 숨을 내쉴 때가 더러 있고(호흡곤란), 수시로 욕실로 들어가 변기물을 마시고(구갈), 팬티를 자주 내리고 열이 나고(발열, 발한), 흥분되어 소리를 지르면서 자해를 했다. 이 모든 증상들은 약품 설명서에 기록된 할돌의 부작용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재호가 시설에서 먹은 약물은 할돌뿐만이 아니다. 시설 생활지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재호는 각종 항정신병 약을 하루에 10알씩 먹었다고 한다. 더구나 재호는 집에 있을 땐 항정신병 약물을 전혀 먹지 않던 아이였다. 왜 안 먹였느냐고 묻자, 재호 어머니 김숙이씨는 “그런 약이 있는 줄도 몰랐고요, 약 먹일 필요도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집에서는 약을 먹지 않다가 시설에서 갑자기 독한 항정신병 약물을 다량 복용하였으니, 재호의 가느린 몸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재호가 시설에서 매일 먹었다는 할리페리돌. 이 약의 부작용으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윤삼호 “약에 취해서 식물인간처럼 있었어요” 사정이 이런데도 재호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약물 복용량을 늘렸다는 시설 간호사의 거리낌 없는 말투에서, 시설 측이 약물의 부작용을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는 있었지만 달리 손쓸 방법이 없었거나 둘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그런데 몇 가지 정황으로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재호가 약물중독 때문에 자해를 한다는 건 시설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 생활지도원은 “재호가 약을 너무 많이 먹어 약물에 중독된 것 같았어요. 약에 취해서 눈은 동태눈깔이 되고 식물인간처럼 있을 때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