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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장애인들이 마을잔치 한턱 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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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1,522회 작성일 05-09-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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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들이 마을잔치 한턱 쐈어요 인천 삼산동 아파트에 ‘그룹홈’ 꾸민 정신지체장애인 20명 주민들과 ‘얼쑤’ 한가위를 일주일여 앞둔 10일, 정신지체장애인 부부 최인수(43)씨와 이은영(40)씨는 울긋불긋한 한복 옷매무새를 조심스레 가다듬고 있었다.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삼산4지구 국민임대아파트에서 공동가정(그룹홈) 생활을 하는 최씨 부부는 이날 4단지 공터에서 열리는 마을잔치에서 풍물 공연에 나설 터였다. 4년 동안이나 배워서 이미 익숙한 풍물이었지만, 이들 부부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뚜렷했다. 최씨 부부 등 삼산동 아파트에 사는 정신지체장애인 20여명이 이날 마을잔치를 연 것은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벽을 허물어 보자는 뜻이었다. 알린다고 노력은 했지만 널리 전하지는 못했다. 몇몇 주민들은 이 잔치가 장애인들이 여는 것인지조차 모르고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삼오오 사람이 모이고, 그 사람들을 보고 더 모여 어느새 200여명의 주민들이 공터를 가득 메웠다. 일요일엔 마을청소 토요일엔 홀몸노인 말동무… 그래도 뚱한 주민들에게 큰 턱 내기로 했다 막걸이에 박깨기놀이까지 네시간 어울려 떠들썩 주민들 벽허물고 활짝 “그들도 이웃이네요” 이들 장애인들이 이 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인천에 자리잡은 사회복지법인 ‘손과손 예림원’이 1997년부터 시작한 공동가정 사업의 일환으로 정식 분양권을 받은 것이다. 부부 두 쌍은 각각 한 채씩, 나머지는 4명씩 3채를 얻어 생활을 시작했다. 고립된 장애인 시설에서 벗어나 일반 사회 속에서 자립터전을 닦기 위한 것이다. 생활비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다니며 받는 급여를 걷어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밤에 장애인이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다며 관리사무소에 호소하는 주민도 여럿이었다. 사람 만날 일이 적다보니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대체로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을 무섭다고 오해한 탓이었다. 한 번은 30대 장애인이 낯익은 여중생에게 마을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주려고 팔을 잡아끌었다가 성희롱으로 오해받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식을 줄 모른다. 어떻게 이웃과의 벽을 허물수 있을까? 이들은 먼저 다가서기로 결심했다. 일요일마다 마을 청소를 하고, 격주 토요일마다 독거 노인들 집에 찾아가 말동무가 됐다. 이번 잔치는 준비에만 한달을 쏟아부었다. 일찌감치 현수막을 내걸고 방송을 해 알렸다. 마을여성회도 음식을 맡아 힘을 보탰다. 굴렁쇠, 석궁, 제기놀이 등 아이들 놀이거리도 마련했다. 먹거리에 음악소리가 퍼지면서 잔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이들과 같은 동에 사는 김혜선(38)씨는 “처음에는 장애인분들 얼굴이 무서워서 혹시 아이들에게 해코지하면 어쩌냐는 걱정도 했다”며, “오늘 잔치에 와서 보니 보통 사람보다 조금 수줍어하는 이웃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의 대미는 바로 풍물로 여는 길놀이. 처음에는 긴장했던 최씨 부부도 많은 관중들의 성원에 신명을 내기 시작했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민 김해란(70)씨는 “장애인들이 명랑하고 활발하게 잔치를 꾸리는 것을 보니, 나이 들고 아파서 우울한 마음이 밝아지는 것 같다”고 흥겨워했다. 아이들이 오자미를 던져 박을 터뜨리는 것으로 잔치는 네 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풍물공연을 마친 장애인 박철호(43)씨는 가쁜 숨을 내쉬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적당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사람들 이제 좋아요, 좋아요”라는 말을 거듭하며 활짝 웃었다. 기사등록 : 2005-09-11 오후 05:49:56기사수정 : 2005-09-11 오후 08:2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