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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가니 현상'에 대한 장애인계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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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사무국 조회1,459회 작성일 11-10-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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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도가니'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도가니 현상'은 '상식· 정상성'에 기반" 지적도 2011.10.05 15:58 입력 | 2011.10.05 17: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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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광주인화학교성폭력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 전반을 강타하면서 지난 4일 광주광역시가 인화학교 운영법인 ‘우석’의 법인 취소 결정을 내리는 등 뒤늦게 관계 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장애·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가칭) 광주인화학교성폭력사건해결과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위한도가니대책위원회’(아래 도가니대책위)를 꾸려 출범하고, 5일에는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가 광주광역시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장애인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서와 논평을 내고 ‘또 다른 도가니’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 200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반대해 무산시켰던 한나라당이 재빠르게 ‘도가니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장연은 지난 9월 30일 성명서에서 “5년 전 참여정부 시절 공익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 개정안이 논의될 당시, 한나라당은 ‘빨갱이’라는 이념적인 색깔을 덧붙여가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보수기독교계와 사회복지법인대표들로 구성된 한국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법 개정을 무산시킨 것을 기억한다”라면서 “우리는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이 ‘도가니’ 파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의 대책과 발의하고자 하는 법안에 담길 내용이 기나긴 침묵으로 묻히다가 이제야 사회적 분노가 되어 진실이 알려지는 상황에서 ‘도가니’와 같은 광주인화학교, 성람재단, 석암재단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회를 미봉책으로 봉쇄하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진실한 공개사과와 더불어 사회복지사업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장연은 “일명 ‘도가니 방지법’은 수많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갇혀 살아가는 문제를 핵심으로 삼고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을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라면서 “그리고 법인의 개방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공익이사제 도입과 잘못된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임원의 연대책임을 강화한 임원자격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같은 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번 ‘도가니’를 통한 광주 인화학교 사태를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시설 장애인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라면서 “두 번 다시는 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복지법인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규를 전면 개정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 9월 28일 논평에서 “장애인의 성폭력은 가중처벌 되어야 하며, 시설이 입장을 대변하면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은 감독기관의 업무소홀에 대해 최소한 광주교육청은 문책성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여야나 정부 관계자의 여론에 의한 흥분된 대책이 아니라 차분하고 근본적인 대책과 법 자체 기능강화를 촉구하는바이다”라고 밝혔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함께 성폭력특례법 6조의 '항거불능' 용어를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아래 여장연)은 4일 성명서에서 "최근 영화 '도가니'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설 성폭력의 실태는 오랫동안 있어왔으며 지금도 자행되는 무수한 장애인성폭력 사건의 '단지 한 면'이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라면서 "특히, 장애유형 가운데 지적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가장 많으며 지적장애 특성상 성폭력의 실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해자들에 의한 반복되는 피해를 당하다가 수년 후 대부분 주변인에 의해 가까스로 알려진다"라고 설명했다.

        여장연은 "'항거불능' 용어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법조인들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 용어 자체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하고 주관적인 해석, 기준 모호로 법원마다 각기 다르게 판결함으로써 가해자 무죄판결의 근거조항으로 전락, 오히려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걸림돌과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 무법천지의 도가니가 되지 않도록 성폭력특례법 제6조 '항거불능' 용어의 삭제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을 강력히 촉구하는바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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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장애여성공감은 영화 '도가니'와 '도가니 현상'이 '상식·정상성'에 기대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먼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CJ엔터테인먼트

        한편, 영화 ‘도가니’가 가져온 파장이 일정 부분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의미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여성공감은 9월 30일 논평에서 “(영화 ‘도가니’에서) 부모가 없는 장애아동, 연고는 있되 실질적으로 보호해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장애아동의 일상은 대리자의 눈으로만 일부 ‘보여진다’”라면서 “인호는 우리를 포함해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지원자 내지 보호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고, 이렇게 ‘힘없는 장애인’과 ‘보호자’라는 구도는 너무나 자연스럽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여성공감은 “그 아동들이 사회적 ‘상식’ 혹은 ‘정상성’의 틀 안에서 피해를 인정받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해결지점으로 생각할 거라는 전제는 의심해봄직하다”라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의 법제도라는 ‘상식·정상성’에 안전하게 기대 살아온 ‘우리’, ‘대리자’의 시선이자 욕망이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장애여성공감은 “지금 우리가 ‘분노’하거나 ‘위안’하는 것의 실체는 무엇이고, ‘도가니 사태’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해야 할 때”라면서 “‘그들’과 나의 거리를 좁히고 직면할 때 ‘도가니’를 넘어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