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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 부모의 죽음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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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조회2,040회 작성일 15-02-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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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서
         
        2015. 2. 5.()
                                아이들의 권리 부모의 힘으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자료 문의>
        02-723-4804, http://www.bumo.or.kr, jbumo@hanmail.net
        담당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 윤진철 (010-6272-3606)
        전남 여수 발달장애인 부모 오 모씨의 죽음에 부쳐
        얼마나 더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삶을 포기해야 하는가?
        정부는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지원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지난 22일 새벽, 전남 여수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어머니가 아파트 14층 자택에서 투신하였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식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자식의 돌봄에 온 생을 바쳐왔던 또 한 사람의 부모가 끝내 삶을 포기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지 말라.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 자녀를 어디 보낼 곳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집 안에 갇힌 채 돌보아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지 당신은 아는가? 1365일 명절도 없고 휴일도 없는 부모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당신은 감히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가?
        지금껏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국가에 그리고 정부에 호소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발달장애인의 돌봄을 24시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달라고 요구했던가? 결코 아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이 낮 시간 동안만이라도 가정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요구했을 뿐이다. 발달장애인의 돌봄을 국가와 사회와 함께 나누어 짊어지기를 바랐을 뿐이다.
        이러한 요구가 이러한 바람이 진정 과도한 것인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돌봄 안전망을 설치해달라는 이 간절한 요청이 정부에게는 한낱 부모들의 억지 주장으로만 들렸던가?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이 삶을 포기해야 정부의 발달장애인 돌봄 대책은 마련될 것인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대구에서 지적장애 언니의 부양의 무거운 책임을 진 동생의 자살사건이 있었다. 작년 3월 광주에서는 5살 된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가족 세 명이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2013년 서울 관악구에서는 17세 된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아버지가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들다. 힘든 아들을 내가 데리고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
        지난해 4,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다는 소식에 전국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조만간 구축될 것이라는 꿈과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깐 동안이었다. 법률이 제정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수에서 그리고 광주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주간 돌봄서비스가 마련되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하늘로 보내야만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양육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돌봄서비스, 주간활동서비스, 여가문화서비스 등 낮 시간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마련되었다면 발달장애인 가족이 극단적인 상황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이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동반 자살 사건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 부재로 발생된 예고된 인재였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 해 말, 발달장애인의 돌봄 지원 등 낮 활동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활동지원급여의 범위에 주야간보호 포함시킨 장애인활동지원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장애인단체가 이 개정안이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자립생활 추구라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취지에 위배되고,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하였다. 또한 정부 역시 일부 장애인 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입법예고안을 철회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활동지원급여 범위에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포함시키려 했던 것은 낮 시간의 발달장애인의 활동에 대한 지원(보호, 돌봄, 교육 및 훈련 등)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선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존의 주간보호서비스는 지역사회에 제한적으로 설치운영 중인 주간보호시설에 서비스를 신청하고, 수개월 또는 수년의 대기기간을 보내야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이다. 201412월 현재 전국에 설치운영 중인 주간보호시설은 558개소이고, 1만 여 명의 발달장애인만이 이용 가능하다(보건복지부, 2014). 발달장애인 수가 약 20 여 만 명임을 고려해 볼 때 수요에 비해 공급은 5% 수준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 공급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획기적이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 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 제공에 필요한 복지 서비스 여건 개선을 위하여 활동지원급여에 주간보호를 포함시키고, 바우처를 활용해 발달장애인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보호 서비스를 낮 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는 이와 같은 시행령 개정안이 주간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로 판단되기 때문에 이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추진되더라도 한계는 남아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 서비스는 발달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기관에서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하면 주간활동을 제공하는 공적인 보호돌봄교육훈련 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역사회에 설치운영함으로써 주간활동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서비스 제공기관을 확충하고, 이들 서비스 제공기관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 지원에 필요한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발달장애인법 시행에 따라 새로운 주간활동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활용하여, 주간활동 지원에 따른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이는 지금의 발달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체감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하기 보다는 손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또한 한정된 활동지원급여 예산을 쪼개서 이리 떼 주고 저리 떼 주려는 것은 이해당사자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근본적인 한계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발달장애인법 제정 이후 지난 1년여의 긴 시간 동안 보건복지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돌봄과 보호,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휴식지원 등 새로운 서비스를 법률에 명시하였으나, 보건복지부는 이와 같은 서비스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예산조차도 편성하지 않았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을 핑계로, 발달장애인 가족이 그렇게 죽어가는 데도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존의 장애인 제도를 활용하겠다며, 발달장애인 단체와 발달장애인이 아닌 단체와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한정된 활동지원 예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임기응변식 조치에 불과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더 이상 발달장애인 가족이 죽어 가는 이 절망의 시대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죽어가는 발달장애인 가족을 보면서도,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어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였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미봉책만을 제시하려한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또한 이와 같은 논의 과정에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가 배제되고, 일부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한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한다.
         

        첫째, 보건복지부장관은 잇따른 발달장애인 가족의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이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해 발생된 인재임을 인정하고,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둘째, 보건복지부는 이와 같은 사건에 의해 희생된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한 합동위령제를 개최할 것.
        셋째, 보건복지부장관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부담 및 휴식지원 등 발달장애인의 보호와 돌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할 것.
        넷째,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의 시범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할 것.
        다섯째, 보건복지부장관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부담 해소 방안이 포함된 발달장애인지원종합계획(‘12. 7. 6.)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시행할 것.
        여섯째, 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개선 논의 기구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는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 기구의 위원을 재구성할 것.
        작년 발달장애인법의 제정으로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었던 우리 부모들은 여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아직 절망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목격하였다. 매년 늘어가기만 하는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의 영정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남지 않았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정부가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계속 방관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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